권원순의 미술 순례기
23/05/18 11:46:16 유애리 조회 1061
전시명 권원순의 미술 순례기
작가명 권원순
전시장소 A관
전시 기간 2023.5.23(화)∼5.28(일)

“나의 인생, 나의 예술

대구를 대표한 미술평론가의 삶과 예술이 어우러진

첫 개인전 개최 《권원순 미술 순례기》”

 

 

1970년대부터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대구․경북 미술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권원순 선생이 생의 처음으로 개인전을 마련한다. 80세를 훌쩍 넘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련하는 이번 개인전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50여 년간 미술평론가로서 자신이 아닌 타인의 작품을 바라보고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말과 글로 전해왔던 과정에서 진정한 예술은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떠한 존재로 인식되어지는가를 시각화 시켜 내고 있다. 자신만의 색채와 형상을 조형화 시켜냄으로써 기성작가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다음은 인생의 굴곡점을 지나올 때 마다 자신의 삶을 여과 없이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그림’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는 점이다. 1974년과 2021년 두 차례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 예술이 차지하는 진정한 가치를 표현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남을 것인가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진진한 고민의 결과물인 셈이다.

 

1973년 제작된 〈산 1〉(oil on canvas, 27.5x41.0cm)은 자연을 대상으로 사실적 묘사가 주는 재현적 요소를 극대화 시킨 작품이다. 중등학교 교사시절 미술에 처음으로 입문해 제작한 이 작품은 1970년대 국내화단의 시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정물 1〉(1976, oil on canvas, 90.9x72.7cm) 역시 구상회화의 기본요소에 충실한 조형미가 과장 없이 표현되어있다. 원근법과 정물의 조화로운 구도에서 나오는 아카데믹한 분위기는 서양화 입문기 작품이라는 것을 한눈에 확인 시켜주고 있다. 아크릴화로 제작된 근작들은 1970년대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 색채 추상과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작품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조형의 기본요소인 ‘점’, ‘선’, ‘면’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색의 변주〉, 〈조응〉, 〈분할〉, 〈섬광〉과 같은 주제로 간결한 조형미를 더해 준다. 추상미술의 탄생은 서구의 미술가들이 ‘예술은 현실의 사실적 재현’이라는 오랜 신념을 부정한 모더니즘 역사의 한 흐름에서 비롯되듯이 권원순의 회화는 사실적 재현을 넘어 조형의 근원인 기하학적 형태의 재구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추상미술의 경계 확산에서 오는 새로운 조형적 의미를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복잡하고 다변화되어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의식에 넘실거리는 심상을 담아내는 회화영역의 확장을 이론이 아닌 시각예술로 표출해 내는 것이다.

그의 이번 작품전에는 채도가 낮은 원색과 기본적인 조형 요소만으로 작품을 제작하려는 강한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이는 일체의 구상성을 배제하고 색을 비롯해 점, 선, 면 등의 조형 기본요소를 사용해 인간의 감정이입과 충동에 비롯된 추상의 새로운 영역확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번역서 《추상과 감정이입》(계명대학교 출판부, 1982)에서 “자연원형의 재현은 그 가장 순수한 추상, 다시 말해 기하학적-결정적 합법칙성의 제요소와 관계지위 그것에 영원화의 각인을 새겨 넣는 것이다. 〈중략〉근원적 예술충동은 자연의 재현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그것은 순수한 추상을 세계상(世界像)의 착잡성과 불명석성 가운데 있는 유일한 안식 가능성으로서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본능적인 필연성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의 속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하학적 추상은 완성된 표현이며, 인간이 이해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며, 또한 모든 우연성과 시간성으로부터의 해방을 표현이다.”라고 역설한 적이 있다. 이처럼 기학적 추상에 대한 이론적 배경 속에서 시각 예술로 표출해 내었다.

 

1939년 대구 남성로에서 태어난 권원순은 종로초등학교와 경북중·고등학교, 경북대 사범대 영어교육과, 계명대 대학원 미술과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영어교사로 10년, 대학의 미술이론 교수로 27년 재직하고 정년퇴임했다. 소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문예지와 소설, 미학, 미술사, 철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읽기, 영화와 음악 감상, 시, 수필, 희곡, 비평문 등의 글쓰기, 하모니카, 바이올린, 색소폰, 우쿨렐레 등의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연극 연출 등으로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36세 되던 해, 가을 어느 날 출근하다가 골목길에서 심한 위궤양으로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정말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과거를 추상해 보니 역시 그림이었다. 퇴원하자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대학원을 진학해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미술평론가로 활동해 오고 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몹쓸 병으로 27일간 병원 생활을 하면서 지나온 내 일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꿈꾸어왔던 화가의 길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동안 《대구서양화 60년사 전》, 《향토작고서양화가 유작전》, 《끝과 시작-세기말의 풍경》, 《생명의 노래-중견작가전》, 《삶의 궤적과 이상》 등 대구문화 예술에 중요한 기획전 감독을 맡았으며, 미술전문지인 『생활과 미술』, 『계간미술』에 대구미술의 현황과 전시회 평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대구근대문학예술사』, 『대구예총30년사』, 『대구시사』, 『경상도 700년사』, 『대구예총 50년사』의 미술 편을 집필하고 많은 미술평문과 논문 발표와 함께 저서와 번역서를 출간하였다.

 

대구예술평론가협회 회장,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운영자문위원, 대구광역시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이사, 대구광역시미술위원, 대구아트엑스포 운영위원장, 수성아트피아 운영위원장, 이인성 미술상 운영위원장, 대구문화재단 대구근현대문화예술인물 선정위원회 위원장, 대구미술관 운영위원장, 대구광역시 미술대전 심사위원, 대구광역시 문화상 심사위원, 금복문화예술상 심사위원, 홍해성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2012년에 석재 서병오기념사업회를 설립하여 운영했다.

 

이번 전시에는 1970년대 구상회화 8점과 2023년 제작한 100호, 80호, 60호, 30호, 15호 등 총 37점이 전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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