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진 개인전
25/10/26 15:39:08 대백프라자갤러리 조회 109
전시명 황세진 개인전
작가명 황세진
전시장소 전관
전시 기간 2025.11.04(화)-11.09(일)

“인간과 AI, 원형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감성의 미학(미학)”

 

 

인간의 창의성과 인공지능(AI)의 기술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예술은 새로운 형태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황세진 작가의 열두 번째 개인전 《아키타입(Archetype)》은 바로 그 접점에서 태어난 실험적 회화의 여정이다.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생성한 비정형의 패턴 위에 작가의 수작업적 개입이 더해진, 인간과 기계의 ‘공진(共振)’을 주제로 오는 11월 4일(화)부터 9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마련된다.

 

『아키타입(Archetype)』은 그리스어 ‘arche(시작, 근원)’와 ‘typos (형태, 틀)’이 결합되어 “근원적 형태, 원형(原型)”이라는 뜻을 갖는다. 여기서 ‘원형(原型)’이 갖는 일반적 의미는 “사물이나 개념이 만들어질 때의 기본이 되는 최초의 형태 즉, 모든 것이 파생된 근원적 모델”을 말한다. 다시 말해 ‘아카타입’은 사물이나 인간의 본질적 형상을 뜻하는 ‘원형(原型)’으로,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근원적 이미지를 시각화하고자 한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인간 정신의 깊은 층위에 존재하는 ‘근원적 형상(원형)’을 탐구하는데 있다. 이는 칼 융(C.G. Jung)이 말한 집단 무의식 속 보편적 상징이자, 헤겔의 미학에서 말하는 ‘이념의 감각적 현시’에 대응한다. 작가 황세진은 인공지능이라는 감각적 매체를 통해 비가시적 정신의 원형을 시각화하며,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위협하는 시대에 오히려 기술을 통해 인간으로 돌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AI를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는 대신, ‘공동 창작자(co-creator)’로 인식한다. 컴퓨터가 계산한 수많은 데이터와 픽셀의 조합은 우연의 질서를 만들어내고, 그 위에 작가의 직관적 붓질과 선의 궤적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시각적 리듬이 완성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형광빛 선과 원형의 점, 그리고 흐르는 듯한 블루·그린의 색채는 인간의 감정이 디지털의 질서 속에서 다시 숨 쉬는 순간을 보여준다.

 

단순히 AI 예술을 회화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술이 다시 생명을 사유하는 방식이자, 기술문명 속에서 인간의 감각이 스스로의 기원을 되묻는 철학적 여정이다. 작가는 알고리즘이라는 현대의 심연 속에서, 인간 정신의 원형이 다시 피어나는 순간을 기록한다.

 

타원형의 화면 구조는 마치 인간의 시야 혹은 의식의 단면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 안에서 직선과 곡선, 명도와 채도의 대비는 감성과 논리, 질서와 혼돈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든다. 각기 다른 색채의 중첩과 선의 흐름은 시각적 리듬을 형성하며, 이는 음악처럼 반복과 변주의 미학을 이룬다. 그 속에서 인공지능의 연산적 질서는 인간의 내면적 감성과 만나 새로운 조형 언어로 변환된다.

작품은 알고리즘이 생성한 이미지에 작가의 회화적 응답이 더해진 이중적 구조를 갖는다. 디지털 생성의 층위에서는 수많은 수학적 변수와 확률 연산이 충돌하며, 마치 생명체의 발생처럼 유기적인 긴장을 형성한다. 이어지는 수작업의 층위에서는 작가의 감각과 직관이 기계가 만들어낸 무의식의 잔상을 인간의 언어로 다시 번역한다. 이와 같은 생성과 재창조의 반복은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의 유기체 철학에서 말하는 관계적 사건으로서의 존재를 미학적으로 실현한다. 작품 속의 색채, 선, 형상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생성되는 사건이며, 관람자 또한 그 사건의 일부가 된다.

 

이처럼 황세진 작가의 〈아키타입〉 시리즈는 단순한 AI아트의 실험을 넘어, 예술과 기술,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재정의 하는 시도이다. 작가는 “AI의 계산이 완벽함을 지향한다면, 인간의 창의성은 불완전함에서 태어난다.”는 인식 아래, 그 사이의 틈을 예술적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결국 그의 회화는 인간 내면의 원형적 이미지를 디지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예술이 기술의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정신적 본질을 대변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아키타입〉은 그 자체로 미래 예술의 새로운 원형, 그리고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내는 제3의 미학을 향한 선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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