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서정과 서양화의 조형미를 캔버스 위에 조화롭게 풀어낸《정성희 서양화전; 고요가 건네는 말》이 오는 4월 21일(화)부터 4월 26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작가에게 캔버스를 마주하는 행위는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작업을 넘어 마음속 불안을 잠재우고 정서적 안식과 고요를 찾아가는 명상의 과정과 닮아 있다.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바로 여백이다. 그는 여백을 단순한 물리적 빈 공간이 아닌, 감상자의 시선과 사유가 머물며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쉼의 공간으로 정의하였다. 아사천 특유의 단아한 질감을 살린 바탕 위에 파스텔톤의 색채를 더한 화면은 현대적 채색화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다.
바탕 화면은 물감의 번짐이라는 물성을 활용해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공간감을 형성하며 시적인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우연의 효과는 정적인 소재 뒤에 숨겨진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된다. 반면, 화면의 주인공이 되는 사물들은 놀라울 만큼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매화의 가느다란 꽃술, 병아리의 보드라운 솜털, 진달래 잎의 생생한 결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삶의 현실적 무게를 담아낸다. 몽환적으로 번지는 바탕이 ‘과거’의 기억을 상징한다면, 사실적으로 재현된 정물은 ‘현재’를 의미한다. 이 두 시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관람객은 찰나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깊은 성찰을 경험하게 된다.
서양화의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동양적 미의식을 조형화하는 정성희의 작업은 현대 미술사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는 동양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신비로운 시각적 체험을, 우리에게는 익숙한 소재를 통한 새로운 미적 발견을 선사할 것이다.
여백의 흐름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림 속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아렴풋이 만나게 된다. 작가 건네는 고요한 위로를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아와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예술적 혼이 담긴 근작 25점이 전시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