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이면서
자신의 예술을 이끄는 원초적 에너지인 FREE WILL(자유 의지)”
작가 FUFU(본명 김서현)에게 ‘FREE WILL(자유 의지)’란, 자신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것의 의미를 자각하고 그 결과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능력이다. 더불어 자유 의지는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중요한 질문인 동시에, 자신의 예술을 완성해 나가는 가장 근원적인 힘이기도 하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galerie 89)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국내에서는 첫 개인전인 《FUFU 서양화전》이 오는 12월 23일(화)부터 28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마련된다.
우리는 예고 없이 세상에 던져졌고, 살아가는 모든 순간은 선택의 연속 속에 놓여 있다. 선택을 행하는 것뿐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채 머무르는 것 또한 결국 하나의 선택으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며, 그 자유는 곧 책임의 무게를 동반한다.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자유를 축복이자 짐이라고 말했지만, 작가는 그 의미를 작업의 과정 속에서 더욱 깊이 체감한다. 자유로움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결정 위에 온전히 서야 한다는 강한 내적 긴장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가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수많은 능력 중에서도 자유 의지를 특별한 것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그것을 단순히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것의 의미를 자각하고 그 결과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능력으로 이해한다. 자신의 행동을 타인이나 환경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오롯이 ‘나의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때 비로소 인간은 자기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게 된다고 작가는 인식한다.
같은 공간, 같은 순간에 놓여 있어도 사람들이 바라보고 느끼는 것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인간의 본능 깊은 곳에는 두려움 속에서도 밝음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 선한 마음, 그리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순수한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작가는 믿고 있다.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의 흐름 속에서 불안과 흔들림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그럼에도 작가 자신을 이끄는 것은 자신 안에 자리한 자유 의지의 빛이다. 그 빛은 때로 미약하게 흔들리는 듯 보이지만, 결국 작가를 더 밝은 방향으로 이끄는 내면의 나침반이 된다.
그래서 작가 FUFU는 끊임없이 사유한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롭게 작업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상태인가.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독서는 작가의 작업과 사고의 뿌리를 더욱 깊게 만들고, 사유의 확장 속에서 자신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자유는 외부로부터 허락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에서 획득해 나가는 것임을 작가는 체득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나는 전통적인 붓의 사용에 스스로를 묶어두지 않았다. 주변의 사물, 내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은 잠재적으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 작업에 꼭 붓이 필요하다는 편견을 내려놓는 순간, 나는 훨씬 가볍고 유연한 상태가 되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탐구였지만, 이 실험들이 쌓이며 나의 회화는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더 과감해졌으며, 더 생생한 에너지를 품게 되었다.
나는 언제나 밝고 보이지 않는 에너지, 그리고 나를 움직이는 의지를 작품 속에 담고 싶다. 순수함과 긍정의 기운이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억지로 꾸미지 않은 채 나의 내면이 그대로 새겨지도록. 그 자유로운 흐름을 존중하며, 내가 느낀 세계를 캔버스 위에 진실하게 옮기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의 시간도 나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창조해 나갈 것이다. 자유 의지는 나를 흔들고 고민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내 그림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힘이다. 나는 그 힘을 믿으며, 스스로의 자유로움 안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으로 매일 캔버스를 마주한다.” 라는 글에서 자유 의지를 둘러싼 작가의 철학적·작가적 사유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