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정세벽, 김경임
22/12/01 09:38:04 대백프라자 조회 1849
전시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세벽, 김경임
작가명 정세벽, 김경임
전시장소 B관
전시 기간 2022.12.13(화)∼12.18(일)
“코로나-19라는 역경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눈밭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동백의 열정“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전염병이 발병한 이후 전세계는 공포와 불안 속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확산시켜 가고 있다. 하지만 장시간 지속된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희망과 현실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는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속되어온 강인한 생명의 힘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예술 역시 세계인들의 교류와 활동이 중단된 가운데에서 창작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새로운 조형양식을 만들어 가는 것 역시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루어 낸 인류의 새로운 희망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정세벽과 김경임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피우자는 의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작품전을 준비한다. 오는 12월 13일(화)부터 18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마련되는 이번 작품전은 “꽃”이라는 희망의 아이콘을 나무판과 도자기 위에 그려 내는 독특한 작품전이 될 것이다.

작가 정세벽은 주로 자연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목을 다듬어 조형화 시킨 후 오일파스텔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그 위에 채색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나무판을 칼로 끌어낸 후 다양한 주제를 그려내는 그의 작품은 생명이 없는 고목에 꽃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겨울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동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노트에서 그녀는 주제가 갖는 진정한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순응해 단단해진 나뭇결을 따라서 사각사각 상처를 내어 본다. 나무에 상처를 내다보면 내 손에도 상처가 나기 마련이고, 서로 다름이 겹쳐 어우러지기를 추구한다. 모진 한파 속에서도 기어이 붉은 꽃을 피워 내는 동백의 의지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느껴 본다. 내가 닮은 듯 나를 닮은 듯한 동백을 그려가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하듯 한 시절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처럼 작가는 소박하지만 작품 활동하며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

그녀가 ‘동백’을 그리게 된 계기는 오래전 적응 안 되는 현실을 도피해 추위에 온몸을 떨면서도 떠났던 겨울여행에서 만난 동백꽃을 보며 시작되었다. 쓰린 칼바람 속에도 기어코 꽃을 피워내는 동백꽃을 보며 그녀는 욕설이 먼저 나왔다. “이렇게 추운 날씨 속에서 꽃피우나...” 오만가지 상념들과 이야기들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는 듯 그 겨울 칼바람처럼 작가의 속을 긁어댔고 작가는 그속에 잠재된 미의식을 담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웃을 일 없는 메마른 일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내면의 갈등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잔혹하게 느껴질 때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는 작가를 응원하고 함께하는 인연들의 소중함에 희망을 걸며, '내가 닮은 듯, 나를 닮은 듯'한 동백에게 위로를 받았다. 모진 한겨울 한파 속에서도 기어코 꽃을 피워내고야 마는 동백의 의지를 생각하며, 모진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 그녀는 이번 작품들을 준비했다.

그리고 백색 도자기 위에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된 주전자와 찻잔, 접시 등은 보는 이에게 조형적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공예가 김경임은 포슬린 아트를 통해 꽃이 주는 아름다움을 조형화 시키고 있다. 포슬린 아트(porcelain art)는 유약처리 된 하얀 도자기(백자) 위에 특수 안료와 오일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포슬린 페인팅(Porcelain Painting)이라 불리기도 한다. 유약을 발라 구운 도자기 위에 다시 무늬나 그림을 그린 후 700°~ 850° 정도의 저온에서 굽는 ‘상회(上繪) 기법’을 사용하며, 보통 1~4단계의 소성(燒成, 자기 표면에 그림을 그려 가마에 구워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왕실이나 귀족들을 중심으로 유행한 생활공예 분야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이제 15년 정도밖에 안 된 포슬린 아트는 우리나라 보다는 중국에서 유행했으며, 일본에서는 이러한 기법이 100년 전부터 활용됐다. 포슬린 아트는 도자기에 페이팅을 하는 기법으로 배우는 과정이 약간은 어려워 보이지만, 생각 보다는 복잡하지 않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만들어 개인소장으로 장식할 수 있다는 점을 갖고 있다. 접시, 물병 찻잔 등 백색의 자기 위에 그려진 다채로운 색깔의 이미지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과일부터 새침한 표정의 소녀,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호랑이의 묘사는 포슬린 아트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매력이다.

공예가 김경임은 하얀 도자기 위에 ‘꽃’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해 오고 있다. 작가는 꽃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꽃을 관찰하고 바라보는 일을 즐거워한다. 꽃과 함께  희노애락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러한 꽃들을 어느 순간 영원으로 담고 특별하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포슬린 아트로 표현하고 있다. 흙이 땅이 되어 그 속에서 꽃이 피어나 듯 또 다른 흙인 백자에 꽃을 그리고 피워내는 일은 이제 그녀에게는 일상 되었다. 백자 위에 안료를 올리고 잎과 줄기, 꽃잎을 결로 수백 번 붓으로 쓸어낸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정히 쓰다듬듯이 붓으로 꽃을 쓸어내린다. 그 꽃들은 가마 속에서 열렬히 스며들어 안착이 된다. 피워낸 꽃들이다. 한동안 힘들 나날들로 마음이 지친 날들이 무수히도 많았다. 그런 순간 어느덧 좋아하는 것들을 쉽게 그릴 수 없던 날들이 나타내었다. 

작가 장세벽과 김경임은 꽃을 그린다는 같은 표현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소재와 주제, 다양한 재료, 다른 생각과 표현방식을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교류하고자 한다. 더불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는 교류의 장도 함께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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