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전
23/06/16 10:41:44 유애리 조회 1673
전시명 김현정 전
작가명 김현정
전시장소 B관
전시 기간 2023. 6. 20(화) ∼ 6. 25(일)

“나를 찾아가는 여행”

 

우리의 삶은 여행의 연속이다. 삶에서 영원한 것은 없듯 여행도 그렇다. 일상으로의 여행, 일탈로의 여행, 과거로의 여행, 꿈을 찾아가는 여행 등, 고정태가 아니다. 여행은 생각하면서도 설레며 가끔은 편안하다. 작가 김현정은 이러한 여행을 그린다. 그의 여행은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삶의 여정을 버무리고 걸러서 일기처럼 새긴다. 지나간 흔적과 다가올 꿈이 켜켜이 쌓인 다채로운 여행의 단면들은 포근하고 따뜻하며 더러는 사랑스럽다. 단순화된 화면이 이를 증명한다.

 

그의 작업은 아날로그식 바탕 위에 디지털기술로 옷을 입히는 방식이다. 수채화물감으로 배경을 마련하고 그 위에 캐릭터를 그려 올려 컴퓨터로 마감한다. 어수선한 듯 깔끔하게 정돈된 화면과 캐릭터들의 다양한 포즈는 일련의 이러한 작업과정을 잘 보여준다. 손 그림으로 탄생된 캐릭터는 동화 속에서 금방 나온 듯 귀엽다. 영상화면에서는 걷거나 미소를 지으며 동심으로 안내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영상을 생략하고 편편한 평면에 실루엣만 남겼다. 때문에 실제적인 공간감을 가늠하기 어렵다. 음영이 생략된 프린트 된 화면이 다소 심심하다. 그러나 이것은 마티스의 화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핵심에 주목하게 한다. 단순한 형태와 모노톤이 스토리에 집중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몸이 있는 곳에 반드시 마음이 있지 않기에 육신의 거처가 마음을 다스릴 순 없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의 안식을 찾아 몸을 옮기곤 한다. 새로운 장소에 갖는 기대와 설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겨울에 작가는 한 달 간의 긴 여행길에 올랐다. 작년(2012년)에 전시한 유년시절에서 돌아와 이국땅으로 간 것이다. 그곳에서의 새로운 만남들은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어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내주었다. 이것이 이번 전시에서 보여줄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주제이다. 거기에는 기호와 상징이 섞여 있다. 상징적인 이미지는 구체적인 언어가 해줄 수 없는 다양한 뉘앙스를 품는다. 이미지를 통해 뉘앙스를 읽는 재미, 그것은 관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21세기는 디지털 세상이다.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을 다차원적으로 안내한다. 직립보행의 생물체도 맨몸으로 날게 하고 상상만 해오던 가상의 세계를 직접 체험하게 해준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바쁜 시간이다. 빠른 세상의 속도가 낯선 감성을 만들고 인간의 관계에 금을 낸다. 작가는 이러한 현대문명 속에 희미해지는 인간적 리듬을 여행에서 찾으려는 듯하다. 유년을 더듬어 순수를 되찾고 낯선 곳에서 현실을 되묻는 여행. 결국 일체유심(一切唯心造)이 아닐까. 분별심으로 나섰던 발길이 마음으로 모아진다. 컴퓨터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그의 작업이 차갑고 딱딱할 법 하지만 포착되는 따뜻한 감성은 이와 대조를 이룬다. 먹 한 점의 현(玄)에서 우주를 보듯, 그의 작은 U·S·B메모리에서는 다차원적 시공과 인간적인 감성이 동시에 읽혀진다. 꿈을 먹고 추억으로 사는 우리. 그렇게 살 때 더 인간적이다. 김현정의 여행길엔 그것이 놓여있다. 향후 이어질 여행길엔 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귀추를 주목하며.

미술학 박사 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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