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진 채색화전
23/01/19 11:38:03 유애리 조회 2756
전시명 남일진 채색화전
작가명 남일진
전시장소 B관
전시 기간 2023.02.21(화)∼02.26(일)
계명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창녕과 상주에서 중등학교 미술 교사로 근무하며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일진의 개인전이 오는 2월 21일(화)부터 26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마련된다. 억새가 지천인 경남 창녕 화왕산을 좋아해 억새 작업을 시작했고, 경북 상주의 푸른 하늘과 향토색 짙은 꽃들을 소재로 삼아 한지에 채색화를 즐겨 다루었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틈틈이 시간을 내어 제작된 ⟨억새풀이 있는 하늘⟩(2022), ⟨민들레⟩와 연작인 ⟨분꽃⟩(2020~2022), ⟨산⟩ 은 일상에서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생생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구름이 떠 있는 하늘과 들풀과 들꽃이 가득한 자연의 모습을 재구성하고 한지에 전통 채색(분채)를 사용해 채색화 기법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생생한 자연의 ‘그대로 있음’과 ‘새롭게 생겨남’의 반복된 모습으로 표현된다.
 
작가 남일진의 자연을 소재로 제작된 채색화 연구는 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개최한 첫 개인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강아지풀과 같은 들풀에서 민들레, 분꽃의 한국적 정감을 지닌 자연소재를 전통 채색재료인 분채를 사용해 채색화 기법으로 제작했다. 작가는 자연을 소재로 삼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치열한 관찰이 이루어져야 함을 알게 되었고 자연은 현장에서 늘 분투하는 생명력으로 생김과 일어남이 반복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자연은 일상에서 늘 존재하는 소재로서, 쉽게 놓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쉽게 발견하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작가는 미메시스(mimesis)를 추구하며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관찰해 기록으로 남겼다. 공기의 흐름에 맞추어 흔들리는 꽃 무리의 일렁임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새로운 현상의 생김은 느린 시간의 작업인 채색기법에서 마주하게 되는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의 채색화 기법은 느린 시간의 작업이다. 채색화는 한지의 결(질감)과 채색의 스며듦으로 표현되는 매력과 함께 수많은 붓질의 반복에서 비롯된 바탕색과의 중첩이 만들어내는 색채의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작가는 이런 느린 작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생김과 우려냄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첫 개인전에서 그는 동양예술에서 형태의 기본적 묘사인 기운생동(氣韻生動)과 천상묘득(遷想妙得)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제작했으며, 이런 화풍은 지금까지 이어져 채색에 더욱 매진해 수류부채(隨類賦彩: 색채의 사실성)로 독창적 발전을 이어 가고 있다. 작가는 이것이 미메시스(mimesis)적 관점에 의한 자연의 존재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실존주의 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의 이론인 ‘있음’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이번 작품전을 통해 남일진만의 독창적 이론인 ‘있음’을 작품 화두로 삼고자 한다.
 
그의 채색작업은 물감이 여러 겹으로 겹치면서 서로 스며들어 색과 색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혼합효과와 색칠한 위에 묽게 탄 호분과 분채를 섞은 색을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해 얻어지는 중성색 효과를 통해 얻어지는 채색의 차별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 색감을 얻기 위해 여러 번 겹쳐 덧칠함으로써 농도는 점점 짙어지고 채도는 높아져 선명하고 깊이 있는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들풀과 들꽃들이 우리의 산하에서 쉽게 발견하고 얻을 수 있는 ‘있음’의 시간과 닮아있다. 또한, 채색화 작업은 야생의 풀들이 생김과 일어섬을 반복해 주변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연구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이제 그의 작품 속 주된 소재는 작가 남일진의 회화 속에서 감상자의 ‘있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작품 속 자연의 ‘있음’이 한국의 자연이고 한국의 꽃이며 우리의 산하이기에 우리는 그의 회화 속 ‘있음’과 연관되는 것이 가능한 이유가 된다. 결국, 남일진의 ‘있음’ 작품들은 감상자들에게 시간과 장소로 기억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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