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충모신문광 동행 50년전
23/05/09 23:41:56 유애리 조회 2229
전시명 남충모신문광 동행 50년전
작가명 남충모신문광
전시장소 A관
전시 기간 2023. 5. 16(화) ∼ 21(일)

“부부의 날(5.21) 기념해 50년을 한결 같이 화우(畵友)이자 부부로서

함께 해 온 남충모․신문광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인생이야기”

 

 

화가 남충모, 신문광은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이기 이전에 각자의 예술적 기질과 개성적 화풍으로 50년을 함께해 온 화우(畵友)이다. 계명대학교 서양화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여고생과 대학생의 관계로 화실에서 처음 만난 이후 인영을 이어 오고 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이들의 개성적 조형 의식을 꾸밈없이 이어 온 부부의 순수한 마음의 표상임을 그들의 작업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구 율하동에 위치한 작업실은 두 사람이 생활하는 아파트에 꾸며져 있다. 거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는 작업실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독립된 공간으로 마련되어져 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창작스튜디오이며 레지던시 인 셈이다. 서로를 닮아가기보다는 서로 다른 미술을 통해 자신만의 존재감을 부여해 낸다. 두 사람은 1970-80년대 추상미술을 표방하며 비롯된 현대미술 운동에 반해 한국 구상회화의 전통성을 계승하며 새롭게 확산해 가던 ‘목우회’와 ‘신작전’, ‘구상전’과 ‘한국 신구상회’를 통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향토적 서정미가 짙게 밴 그들의 독창적 화풍은 대구는 물론 서울에서도 인정받으며 국내·외 활동을 지속했다.

 

2021년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으로 마련된 남충모 초대전은 1960년대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작품을 한자리에서 전시함으로써 화풍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한국 구상회화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긴 듯한 대규모 회고전이었다. 한국적 소재를 주로 다루는 작가는 어촌과 부두, 시장 등 노동 현장에서 느끼는 삶의 생동감과 오케스트라 연주, 발레 공연의 율동감을 경쾌하고 감각적인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반면 1984년 첫 개인전 이후 각종 단체전과 기획․초대전을 통해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신문광의 작품 경향은 평면적 도형과 색채의 조화가 어우러진 감각적 조형 세계를 추구해 간다. 치밀한 관찰을 통한 대상의 재현과 환영적 입체성을 철저히 거부한 채 회화적 풍요로움이 가득한 평면적 조형성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화목한 가정을 함께 꾸며가는 부부이며, 예술적 독창성을 경쟁하듯 더불어 공유해 온 부부 화가에게 지난 50년은 물리적 시간이라기보다는 창작이 준 즐겁고 행복했던 절대적 시간이었다. 다시 말해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이며 소중한 추억이 겹겹이 쌓인 한 권의 아름다운 비망록과 같다. 서로의 삶을 위로하며 긴 여정을 함께 걸어온 노화가가 이제 《남충모·신문광 동행 50년전》이라는 타이틀로 서로의 예술세계를 되돌아본다.

 

남충모의 회화는 ‘순간적 리얼리티’가 바탕이 된 일상적 이미지의 재현이다. 그는 일상의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익숙한 풍경이나 사물을 통해 역사적 의미와 시간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풍부한 감성을 담은 구상회화로 담아낸다. 1970-80년대 특별한 사건이나 공간에서 비롯된 장면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통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을 사실적 형상으로 묘사함으로써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갯벌에 쪼그리고 앉아 조개를 켜는 아낙네의 질박한 삶과 부둣가 노점상들의 분주한 손놀림, 낡은 폐선을 수리하며 노동의 고단함을 정담으로 풀어가는 모습에서 일상성과 시대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물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끌어내는 작가는 1990년대 이후 전통 탈춤과 농악무, 무희, 오케스트라, 발레 공연 장면을 연작으로 선보이고 있다. 주제가 갖는 율동감과 생동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표현기법으로 빠른 붓 터치와 과감히 생략된 화면구성의 간결함을 부각해 사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대상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한 채색방식으로 유화 대신 건조가 빠른 아크릴물감을 사용하는 것은, 주제의 서사적 이미지를 보다 풍요로운 색채로 재구성하기 위한 작가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되고 있다. 자신의 시각에 포착된 순간성을 리드미컬한 화면구성으로 조형화시키는 미학적 과정을 통해 자기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시켜 나가고 있다. 한국 구상회화의 역사성이 고스란히 담긴 1970-90년대 작품 50여 점을 대구문화예술회관과 영진전문대학교 등에 기증해 작가로서의 예술적 삶과 흔적을 보존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5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해 온 신문광은 자신만의 직관적 색채와 반구상적 표현양식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이다. 1980년대 대구화단에서 비롯된 사실적 재현이라는 관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체험하고 반복해 꾸며낸 서정적 감성과 자유로운 표현기법으로 독창적 평면 회화를 구현했다. 작품의 주된 모티브는 대상의 본질에 대한 반복된 물음과 탐구에서 출발했다. 일상적 이미지와 즉흥적 색채가 조화롭게 구성된 화면 속에는 무심코 지나쳐 버린 자연의 형상들이 조화롭게 담겨 있다. 꽃, 물고기, 나비, 식물 등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의 소재들이지만 작가의 풍부한 감수성과 결합해 은유적 상징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는 ‘구상회화의 현대적 해석’이라고 함축해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눈에 보이는 대상을 재현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어 처음엔 단순한 형태와 색채로 재현을 시도하고, 나아가 색채에 상징성을 부여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사물의 재현을 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통해 감정의 표현과 대상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도모한다. 이런 면에서 작가 신문광의 색채표현은 감성의 영역에서 비롯된 논리적 이성과 지성이 함께 어우러진 오묘하고 매력적인 색감을 자아낸다.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는 고유색을 부정하는 주관적인 색채와 거친 붓놀림 등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의 회화에서는 불필요한 것이 과감히 절단되고 나머지는 생략, 암시되는 표현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단순화된 형태감에서 비롯되는 회화는 독자적인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문광은 마치 마티스의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선과 간결한 색채의 독립적 구성에 영향을 받은 듯 유연한 선과 단순화된 형태, 평면의 편안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순간적 감정이나 감각에 의존하기보다는 풍부한 삶의 경험을 선과 색으로 표출해 내는 것이다.

 

작가 남충모, 신문광은 대구화단이 새롭게 결성되던 1970년대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일관된 활동을 이어옴으로써 지역 미술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중등학교 교사에서 대학교수로 이어진 교육자의 길과 화가라는 직업에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침 없이 일관성을 보여준 남충모와 그의 소중한 연인이며 영원한 친구인 신문광의 삶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50년이라는 공유의 시간을 통해 함께했던 헌신과 존경 그리고 사랑이 담긴 기념비적인 전시를 기획한다. 이는 서로의 인생과 예술에 대한 오마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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