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린전
23/06/07 18:13:39 유애리 조회 2004
전시명 문혜린전
작가명 문혜린
전시장소 B관
전시 기간 2023. 6. 13(화) ∼ 6. 18(일)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배경의 템페라에 담겨진
작가 가족의 아름다운 꿈과 미래”


작가 문혜린이 템페라 성화의 성스러운 황금빛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템페라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대구가톨릭대학교 회화과 대학원 재학 시절부터였다. 당시 대학원에는 2003년부터 동경예술대학교 문화재 보존수복 유화 연구실과 회화기법 재료학과에서 전통 템페라 기법 연구를 이어가던 송중덕 교수가 귀국 후 근무하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문혜린은 석·박사 과정을 통해 송 교수의 템페라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템페라 연구와 창작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송 교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황금배경템페라 연구회’에서 유럽과 일본, 중국의 전통 템페라 연구와 순금박을 활용한 창의적 현대 템페라 기법을 발전시켜 나갔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일관된 기법 연구를 이어오는 그의 작품은 순금박을 활용한 황금 배경 템페라 기법과 질료의 매체 탐구를 통한 실험적 요소가 담겨 있다. 서양미술 양식으로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템페라(Tempera)는 ‘안료와 매체 혼합한다’ 라는 의미의 라틴어 ‘템페라레(Temperare)’로부터 파생한 이탈리아어이다. 템페라 기법은 계란에 안료를 개어서 만들어 쓰는 그림으로 대체로 불투명하게 그리는 것이 기본이나 투명하게도 그릴 수 있다. 또한, 색이 선명하고 잘 변질되지 않으며, 작업 밀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만큼 미디움인 계란을 사용하여 빨리 건조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정교한 템페라화는 중세유럽의 성전 건축의 일부인 제단화(祭壇畵)에 대부분 사용되었다. 기존 수성 템페라 매체의 단점을 보완한 유성 템페라와 황금 템페라 기술이 등장하며 회화의 새로운 표현기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건축물 안에서 빛의 효과를 자아내기 위한 황금빛 템페라화는 밝고 고유의 색채를 살려 선명함으로 채워졌다. 중세시대 황금빛 템페라화가 기독교의 교리와 종교 이야기에 대한 경건한 태도를 반영했다면 작가 문혜린의 현대 템페라화의 주제는 일상에서 소중히 기록하고 싶은 가족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는 자신의 순수한 감성과 전통재현을 통한 현대적 감정의 재해석이며, 기억의 풍경이 된다. 금빛의 반사와 그림자들이 시점에 따라 변화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형상은 마치 중세 종교화가 갖는 아우라의 차용으로 느껴진다.

템페라화는 매체와 기법의 측면에서 말하자면 원시시대의 동굴 벽화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비록 동굴 벽화가 진정한 의미의 템페라화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템페라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이미 구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시인이 사용한 안료는 점토, 철 혹은 망간의 산화물, 동물 혹은 식물이 불에 탄 숯, 식물의 즙 등 이었으며 이러한 안료의 유래와 사용은 줄곧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배합제는 대부분 물, 아교 혹은 동물 지방, 피 등 이었다. 다시말해 템페라 매체는 안료에 물과 기름을 혼합하여 만든다. 템페라의 안료는 아교, 기름, 물 등 다른 첨가물이 포함되지 않은 건조 분말로 통상적으로 ‘색채 가루’라 하며, 주로 광물질 안료를 유액과 배합하여 만들어진다. 템페라화를 지탱하는 바탕에 요구되는 기술 역시 상당히 복잡한데, 초기에는 벽을 주요 지지체로 삼았고 나중에는 점차 목판, 캔버스 등 다른 매체로 바뀌었다. 템페라의 바탕재료는 기본적으로 평평하고 단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바탕 층 재료는 모두 일정한 비율에 따라야 하며 심지어 바탕 층마다 적용하는 재료의 시간까지도 엄격한 규정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초기 템페라 기법은 서로 다른 색채를 여러 층 겹쳐 그리는 간접화법으로 제작되었다.

문혜린의 근작은 고전 템페라 금박 올리기와 각인기법의 재현과정을 통해 시대적 감성과 새로운 아이콘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중 금박을 올리는 ‘물 금박’(Water gilding)기법에서는 금박이 반사되어 빛나는 황금빛 부분과 어둡게 나타나는 부분이 함께 어우러져 신비하고 경쾌한 평면성을 더 해준다. 순금박을 입히는 과정에서 금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영원불변의 상징인 빛으로 반사되어 신비로운 이미지로 표현된다. 금은 영원불변을 상징하며, 금의 황색은 위엄을 자랑한다. 또한, 녹슬지 않고 공기 중에서나 물속에서도 영구적으로 변하지 않아 금속 중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중세의 이콘화와 재단화에서 금의 배경은 현실적 공간과는 차별화한 신적 공간으로 구분되었으며, 동양의 불교에서도 금박은 권위나 아름다움, 종교적 믿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박 위의 각인(刻印) 즉, 선 긋기와 펀칭기법이 주는 황금빛의 형상은 공간의 섬세함과 장엄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작가 문혜린은 전통 템페라의 물성 및 예술적 수용성에 대한 탐색과 새로운 해석을 통해 현대 템페라 회화의 발전 가능성에 열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동굴벽화를 시작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이론적 연구와 더불어 예술적 환경이 다원화되어 가는 시대적 아이콘을 현대 템페라의 매체를 통해 재현하려는 의지는 회화의 본질적 회귀이며, 실험적 예술의 본령에 충실해지려는 작가 정신의 표상이 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금색 배경이 모든 이미지를 세속 환경에서 벗어나게 하여 영원불변의 초자연적 이상 경지로 진입하게 한다는 믿음처럼 그의 템페라 회화는 내면의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롭고 영롱한 지속성의 빛이 영원히 꺼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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