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퇴직 후 미술을 통해
자신을 회고하며 그려가는 한편의 자서전적 서사시”
작가 고문숙은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후 지역대학에서 교수로 30여년간 재직한 후 2014년 명예퇴임 했다. 재직 시절 《유치원 예비교사의 반성적 사고 적용 경험이 교사의 반성적 사고 능력과 유아의 문제 해결능력 증진에 미치는 효과》외 다수의 논문과 다양한 저서를 발간한 후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쳤다. 퇴임이 임박해져 오면서 그녀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자신의 삶속에서 필요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 나갔다. 2000년대초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외 유명 미술관과 전시회를 관람하며 예술에 대한 지식을 넓혀 나갔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이탈리아 북부지방의 레조 에밀리아(Reggio Emilia)시를 방문해 어린이들의 작품전을 관람하면서 본격화 되었다. 《어린이들의 수많은 언어》라고 작품전에는 빛과 그림자, 색의 분산을 표현한 작품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빛에 의해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문양과 아름다운 형상들은 관람객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비록 어린이들의 투박한 형태의 작품들이지만 작가에게는 미술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준 셈이었다.
그리고 2014년 대학을 퇴직한 후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지역의 문화센터에서 젊은 화가들로부터 회화의 조형요소와 미의식을 익히며 조금씩 예술가의 열정을 싹 피우기 시작했다. 비록 늦은 미술입문에서 오는 한계는 있었지만 스스로 그림을 창조한다는 자부심은 그동안 교육일선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이상으로 정신적 풍요로움을 안겨주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작가는 현대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마주치게 되면서 적잖은 방황과 갈등을 겪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여행과 국내의 절경을 여행하며 여러 풍경들을 접해 나갔다. 여행에서 얻은 아름다운 인상을 천천히 화폭에 옮기며 작가는 그동안 교육자로서 헌신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회상의 시간을 가져 나갔다. 2017년부터 국내 주요미술공모전에서 입상을 하며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후 ‘아트썸(ARTSUM)’이라는 미술동아리도 결성해 정기적인 발표의 장을 마련해 나갔다. 2021년 창립된 ‘아트썸’은 “아트와 썸타는 설레는 느낌”이라는 의미를 담은 합성어로서 매년 정기전과 특별전을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0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원 모두는 예술을 사랑하는 썸의 마음으로 시작해 썸의 완성을 만나기 위한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각자 개성적인 화풍을 통해 유명화가로 인정받기 위해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
이번 첫 개인전에는 풍경화와 정물화 등 30여점의 유화작품이 선보인다. 생애 처음 마련하는 개인전이라 작품의 크기 보다는 60호에서 10호 등 작업이 원활한 규격을 우선했다. 작가는 이탈리아의 화가이며 조각가였던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통해 그녀는 우수와 쓸쓸함을 엿보았으며, 단단한 내면의 숨겨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 속에는 모딜리아니의 화풍에서 느껴지는 빛을 인상을 닮으려 했다. 작품 <연잎Ⅰ>, <연잎Ⅱ>처럼 연잎에 조용히 내려앉은 태양의 따스한 빛을 표현하였다. <感, 햇살을 머금다>, <성주 맥문동 성 밖 숲> 에서는 강렬한 햇살을 받은 나무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생명력과 어둠을 비추는 조명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색과 형태의 모양을 주변과 대비해 묘사해 내었다. <고성>, <로마의 겨울 카페>, <꽃들의 향연> 등은 빛에 의해 구분되는 음양의 효과를 다양한 색채로 묘사하였으며,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가을의 마지막 장미>, <그해 여름 해바라기Ⅰ>은 풍경의 세밀하고 정교한 묘사에서 벗어나 빛의 변화에 따른 색감과 형태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사물이 빛의 양과 강도에 따라 변화되는 현상을 오랜 시간 관찰을 통해 확인하였고, 이를 다시 그림으로 옮기며 잔상에 남아있는 대상의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그려내었다. <그해 여름 해바라기Ⅱ> 작품은 <그해 여름 해바라기Ⅰ>와 동일한 장소를 소재로 다루었지만, 빛의 변화가 주는 환경에 따라 풍경의 모습이 새롭게 보여 지는 조형요소 중 빛과 색채, 그림자의 관계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옻골마을>, <낙엽>, <봉무공원 저수지> 등 풍경화는 늦은 가을 낙엽과 쓸쓸한 나무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정적 이미지를 다소곳이 그려내고 있다. 세월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이들 작품 속에서는 자신의 삶과 교육자로서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하는 예술가로서의 의지와 긍정적 에너지가 담겨 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산책에서 만난 앞산 풍경 역시 계절 따라 변화하는 색채와 시간을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명암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비온 뒤 앞산>, <앞산의 노란꽃> 등은 산책하며 보았던 생활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를 통해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여유로움을 함께 되찾아 가는 듯하다.
뒤늦은 미술계 입문이지만 작가는 유아교육을 통해 늘 천진난만한 어린이들과 함께 해 왔으며 지금도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과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창작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노력했던 결과를 평가받는 자리이기 보다는, 보다 나은 작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자리가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