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적 정취가 짙게 느껴지는 붓과 벼루, 먹, 한지 등
‘문방사우(文房四友)’를 주요 소재로 삼아 한국적 미의식을 조형화 시키는
여류 서양화가 정성희의 첫 개인전”
한국적 감성을 서양화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한 작가들은 우리의 근․현대 미술사에 있어 적잖게 만나볼 수 있다. 한국적 이미지가 물씬 느껴지는 한지나 오브제를 이용해 사실적 재현에서 추상적 표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형상미를 구현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기름이 주성분인 유화를 이용해 수용성이 강한 번짐과 겹침을 표현방식을 보여주는 작가 작품을 통해 우리는 ‘한국적 아름다움(美)의 정체성’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한국미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며, 이를 탐구하고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우선적으로 수용하고 전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작가들의 몫이 된다. 작가 정성희는 이러한 한국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을 통해 한국 현대회화의 확장을 꾀하고자 한다.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주요 모티브로 사실적 재현이 갖는 시각적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그의 근작들은 조형언어가 갖는 진솔함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오는 4월 2일(화)부터 7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마련되는 그녀의 첫 개인전은 오랜 시간을 준비한 만큼 높은 완성도의 작품 2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작품들은 우리의 전통적 정취가 짙게 느껴지는 붓과 벼루, 먹, 한지 등 ‘문방사우(文房四友)’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소재가 갖는 목적과 기능보다는 조형적 특징이 갖는 시각적 상징성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동양적 조형미와 정교하면서 단아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벼루와 연적, 다완 등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물들이다. 그리고 한지에 먹을 중첩해 채색한 듯 표현한 배경은 먹색의 깊이를 유감없이 담고 있다. 이는 한국화의 여백이 주는 ‘미학적 의미’를 넘어 서구적 조형원리에서 접근하는 ‘충만한 여백’을 실현시켜 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진다.
작가 정성희는 최근 화단에서 새롭게 담론화 되는 서양화에 한국적 정신과 미의식을 담는 변화에 자연스럽게 편중되어 간다. 그녀가 그려내는 근작들은 동양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들에게는 신비한 감성을 직접 체험하는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이는 정적이며 여백 또한 위안과 휴식의 공간으로 표출된 한국미의 정수를 보여주는 셈이다. 붓과 먹, 한지라는 대상이 서로 만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마력으로 새로운 조형미를 만들어 낸다. 그녀의 그림은 동양화 도구와 재료를 이용해 한국적 이미지를 담는데 전혀 손색이 없는 일관된 창작의식을 지니고 있다. 즉 그림을 그리는 도구를 그림의 소재로 변신 시키는 마력을 가진 셈이다. 그녀의 작품은 그림의 사색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한국적 조형세계에 대한 깊은 관조를 경험하게 해준다. 여백의 공간이 주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 속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우리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아렴풋이 만나게 된다. 자신만의 내면적 풍경과 독자적인 시선으로 아름다움을 관조하려는 우리들의 진실 된 모습이 그 속에 담겨져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