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기반으로 개성적 조형세계와 예술철학을 조각 큐브 맞추듯
조화롭게 재구성하는 여류화가 4인 4색의 아름다운 회화향연”
새로운 경험과 기억을 중심으로 결합하고 변형해 독창적인 형상을 창조해 나가는 작가 4인 (송은효, 이향숙, 고두영, 박경옥)이 모여 지난해 《플라잉 큐브전》을 결성했다. 조각의 큐브가 맞추어지듯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 시대적 화두를 실험적 현대회화로 표현하는 작품전이 오는 6월 18일(화)부터 23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마련된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참여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먼저 살펴본다.
먼저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울산문화관광재단 선정작가로 활동 중인 송은효은 2011년 아트저널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국제현대예술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예술인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은 여행을 통해 바라본 다양한 자연의 풍경을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연 풍경은 직접 경험한 기억이며, 불쾌감보다는 유쾌함을 바탕으로 현실의 고통을 망각시킨 장면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최근 작품에 표현되어지는 형상은 “하나의 도자기 속에 타임캡슐을 꺼내어 펼쳐놓은 형태로 독립되어 있다. 이는 가장 빛나는 날의 풍경으로 나에게 기억하고 싶은 시공간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한편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엉이 가족은 나의 유년 시절의 모습과 현재 단란한 가정을 꾸미며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는 기복적 의미가 담겨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향숙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전자(디지털)시대에 맞추어 점차 잊혀져 가는 책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창조는 표현과 함께 또 다른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조형철학을 가진 그녀는 〈내재된 사유〉를 주제로 ‘선과 면’의 형상을 조형화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생각이 많은 나는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책이지만 아무나 구할 수 없는 남편의 책을 화면에서 재구성 하였다. 담백하고 여백이 많은 공간이 간결해 보이지만 형태를 이루는 책은 꽉 찬 느낌을 주며 명쾌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작품은 현실적 물상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보이는 대로가 아닌 작가 자신이 본 것을 놓치지 않고 재구성하여 작가만의 세계를 형성했다.”는 작가 노트를 남기고 있다.
대구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전공한 고두영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인 〈유토피아(UTOPIA)〉에 깊은 고찰을 이어오고 있다. 공상(空相)은 인간이 가진 특권의 하나이며, 작가는 그림 속 유토피아를 통해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곳에서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 “밝고, 따뜻한 색감을 통해 서로 위로하고 사랑과 더불어 내 안의 휴식 공간으로 치환해 표현했다. 캔버스 속 유토피아(UTOPIA)에 살고 있는 유토와 피아는 2011년 희망의 씨앗으로 자라면서 초원을 뛰고, 달리고 때로는 날아다니며 성장했다. 그리고 행복 안에서 가끔은 혼자서 울기도하고 가족들과 친구, 그리고 인연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라고 말하며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박경옥은 유기체의 면모를 갖춘 영생의 아이콘인 〈인형〉을 소재로 삼고 있다. 어린 시절 꿈꾸어왔던 자신의 모습을 대신해 주던 인형은 현대인들의 오랜 친구이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상징이다. 하지만 꿈과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인형의 가치는 그저 장식용품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러한 인형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고 자기애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조형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인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로 돌아가 무기력과 타성을 벗어 던지고 어릴 적 인형을 갖고 놀던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공유하지는 취지로 긍정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번 《플라잉 큐브전》은 현대 미술의 다양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작품은 각자의 창의성과 시각적 즐거움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며 작가의 개성적 조형세계와 철학이 담긴 작품 4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