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봉 초대전
24/09/24 10:56:18 대백프라자갤러리 조회 134
전시명 박두봉 초대전
작가명 박두봉
전시장소 전관
전시 기간 2024. 10. 08(화) ∼ 10. 20(일)

“한국적 미의식으로 푸른색(Blue)이 주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회화로 담아내는 중견 여류화가 박두봉 초대전 마련”


대구에서 활동 중인 작가 박두봉은 전통민화이 맥을 계승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화풍을 개척해 나가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19차례의 개인전과 270여회의 단체전을 통해 현대 민화의 실험적 화풍과 다양한 표현양식을 작품에 담아왔다. 19번째로 마련되는 이번 개인전은 대백프라자갤러리 기획으로 진행되며 그동안 발표해 왔던 〈기억(Memory)〉 연작으로 구성되었다. 기존 작품들은 화조도와 풍경화가 주종을 이루었다면, 이번 초대전에는  ‘산(山)’을 주제로 제작한 신작인 ⟨블루 마운틴⟩연작을 선보인다. 300호 대작에서부터 100호, 50호, 30호 등 다양한 규격과 테마의 작품 50여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전통 민화 연구를 통해 우리 민족이 가진 전통을 계승하여 새로운 창작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남다른 예술관으로 민화 창작을 이어 오고 있다. 전통 민화를 바탕으로 현대 민화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다시 이를 통해 시각예술의 현대성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작가가 가져야 할 진정한 창작 의지이며 정신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는 시대적 감각과 미의식이 결여된 예술은 아무리 그 가치가 크다고 해도 대중들로부터 쉽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외면당한다는 이치와 그 개념을 같이 하고 있다. 변화가 항상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 예술가들이 개성 있는 작품 즉, 자신의 색채를 찾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와 변신에 전념하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 예술의 존재와 가치가 결코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작가 박두봉은 이런 흐름 속에서 전통을 계승하고 한국적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차별화된 조형성을 구축하려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현대 민화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열정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그동안 작업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 박두봉은 자연의 심상적 이미지를 청색이 교차하는 음률적 감성과 한국적 미의식이 가득한 이미지로 표출해 낸다. 전통 민화에 관한 오랜 연구와 이를 우리 회화로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이제 그녀만의 독자적 화풍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그녀의 근작 ⟨블루 마운틴⟩연작은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 찬 내면의 풍경으로 고귀한 예술의 깊이와 영혼이 한데 어우러져 짙은 감동을 전해주기에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경북 영덕에서 유년기를 보낸 작가에게 산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어린 시절 들판을 오가며 무심코 올려다봤던 수많은 산봉우리가 이제는 삶의 무게만큼이나 육중한 크기로 서로의 어깨를 맞대며 고향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에서 고향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다.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있는 팔각산, 주왕산, 칠보산 등 이름 모를 산들이 가득한 태백산맥의 비경은 그동안 잊고 지내던 고향에 대한 기억을 소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생명의 근원인 자연은 나무가 모여 숲이 되고 숲은 다시 거대한 산봉우리를 이룬다는 자연의 이치를 작가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셈이다.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영덕군 매정리는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한 감성으로 끝없는 영감을 전해주는 그녀의 소중한 예술적 자산이 된다.

미술평론가 이미애는 그녀의 작품세계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작가 박두봉의 가식이 없는 자연 그대로를 화면에 옮겨놓은 작품을 보노라면 유별난 감동이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순간적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이 옛 기억의 공간을 민화에 접목하고 심상의 표현으로 작품을 재구성한 이유다. 그러나 그의 상념이나 추억은 화면에 서사로 노출되지 않는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은근한 사랑, 그리움, 설렘, 기대와 같은 감정은 작품의 배면에 암시적으로 깔렸을 뿐이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노출한 기법이기도 하겠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을 작품 내면에 각인시켜 재구성한 것이리라.

그래서인지 작가 박두봉이 긴 세월 작업에 천착하면서 태곳적 자연의 풍경을 재해석하기까지 어쩌면 평소의 무의식 세계를 방황하던 의식과 지각을 방대한 스펙트럼으로 화면에 펼친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 작가는 과거의 기억과 정서를 되살려 그 당시의 감정을 재구성한 자연의 이미지를 두고 "내면 풍경'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는 청색이 갖는 시각적 요소와 상징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신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억(Memory); 희망의 메시지 블루(Blue)》는 하나의 상징적 색채를 통해 자신의 내면 감정을 객관화하고 거기에서 미적 가치를 첨부함으로써 예술의 영적인 측면과 물질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 회화에서 색채는 자연 대상의 재현을 넘어 주관적 감성표현의 수단이며, 작가의 내적 체험이 주는 표상으로 상상력을 실현하는 요소이다. 그래서 색채 자체는 독립적이며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정신적 가치를 상징화한다. ⟨블루 마운틴⟩연작에는 평면적인 색면과 자연의 형태가 한 화면에 어우러져 있다. 침묵하는 산의 내면에 존재하는 실상과 허상을 추상적 이미지로 그려낸 것이다.

작품 상단은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둥근 달이 장식되어 있으며, 하단은 평면적 색면의 추상 형태가 거대한 산맥을 이룬다. 작가는 ⟨블루 마운틴⟩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풍경을 관조하며 그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길상의 의미에서 비롯되고 있다. 청색은 감각적인 예술가들의 내면세계를 나타내는 데 적합한 색채로써 표현의 무한성과 언어적 상징성을 함께 담고 있다. 청색은 언제나 꿈과 소망을 이루어주는 긍정적 색채로 인식돼 온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 속 청색 역시 자연을 노래하는 음악이 되고, 시가 되며, 힐링과 감동을 전해주는 함축적 요소가 된다. 그리고 재료적인 면에서는 장지(삼합지)를 직접 붙이고 호분(조개껍질 가루)과 분채물감(수간안료)을 배합해 독창적 색채연구를 지속함으로써, 안료 특성과 기법을 응용한 차별화된 채색 양식을 구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대백프라자갤러리 김태곤 큐레이터는 “작가 박두봉의 예술세계는 자연에 관한 단순한 모방이 아닌 천지 만물의 창조적 조화를 본받아 자연이 주는 진정한 가치와 깨달음을 구현하려는 간절함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작가의 풍부한 감성과 경험은 결국 대상의 외형만을 쫓기 보다는 내면에 담긴 참된 의미와 감동을 담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생명의 근원이며 어머니의 사랑이다. 그래서 작가의 ⟨블루 마운틴⟩은 이처럼 생명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함께 공존하는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작품을 평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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