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산맥의 자연 풍광 위로
황금빛 노을이 깊게 드리워진 장면은
화가의 시선과 감각이 만들어 내는 마법과 같은 순간들이다.”
서양화가 임철종은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감성적 의식으로 자연 속에 내재 된 삶의 근원을 화면에 투영해 내는 회화작업에 몰두해 오고 있다. 1998년 첫 개인전 이후 자연을 소재로 다양한 이미지를 표출해 내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독창적 형상으로 재해석하는 그의 근작은 사실적 재현의 간결함과 깊이를 더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마련되는 이번 전시는 〈Landscape〉이라는 주제로 유화작품 30점이 출품되며, 전시는 오는 10월 29일(화)부터 11월 3일(일)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자연은 그 자체가 완전하고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외관의 미(美)’ 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선 존재의 본질이 함께 내재 되어 있다. 그래서 인간은 고대부터 본능적으로 대자연의 신비한 힘에 이끌려 형상의 재현과 이미지의 추상적 표현에 몰두해 오고 있는지 모른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무한한 반복과 다양한 변화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 ‘자연의 법칙’을 깨우쳐 간다. 이처럼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본능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고 예술적 상상력을 얻는 이유는 바로 자연에 내재 되어 있는 강한 생명력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생명력은 스스로 생겨나고 자라나며, 자체의 고유한 변화의 질서에 따라 호흡하고 성장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 임철종의 회화는 이처럼 자연의 무한한 변화와 내적 생명력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자연 풍경의 표현에 있어 색이 주는 의미는 주제의 상징성과 화면 공간감을 확장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프랑스의 화학자이며 색채 이론가인 미셸 외젠 슈브뢸(Michel Eugene Chevreul, 1786~1889) )는 “우리의 눈은 보인 대상물의 형태나 그 밖의 가치들 외에도 특히 색채에서 무한한 느낌을 느끼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색채는 내면의 감정을 형식화된 표출로 전달하려는데, 있어 본질적이며 창조의 의지 때문에 내용상의 의미를 심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색채는 인간이 그의 개성적인 본능과 욕구를 보다 의식하게 됨에 따라 그 중요성과 풍부한 잠재력을 증가시키는 요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 정신을 더욱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으로 이끌어 주며, 심상화 시키는 과정을 용이하게 만드는 색의 표현적 힘은 형태의 묘사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근원적 가치를 생성해 내는지도 모른다.
임철종의 〈Landscape〉에서 볼 수 있는 색채 구성은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백색과 황색, 연청색과 황색 대비로 극대화해낸다. 이는 공간의 확장성을 넘어 색이 주는 관념적 가치를 형상의 상징성과 결합해 보여주는 것이다. 거대한 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산맥의 자연 풍광 위로 황금빛 노을이 깊게 드리워진 장면은 화가의 시선과 감각이 만들어 내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된다.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뿐 아니라 눈을 감고 있는 순간에도 색을 느끼고 색을 보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 그만큼 색은 우리의 생활 속에 있으며, 우리에게 모든 사물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의 회화는 이처럼 자연의 형태나 재현에만 집착하지 않고 산과 자연의 조형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이미지화하려는 과정의 연속이라 말할 수 있다. 작가의 자유로운 내면세계 속에는 구획된 조형 질서와 감성적 아름다움이 공존해 있으며, 이는 곧 진정한 예술의 고귀함으로 귀결된다.
꾸준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작가의 심상(心想)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해 오면서 틈틈이 일과 작품 제작을 병행하여 왔으나 다작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 최근부터는 다양한 미술단체(한국미술협회, 전업작가회, 사생회, 예인회 등)활동을 병행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작품 주제는 ‘landscape’과 ‘bloom’ 등 넓은 의미로서 제목을 선정하여 표현하고 있다. 작가만의 조형 언어가 중요하고 그림은 차별화가 생명이지만 사조의 흐름을 좇아 자기 좀 봐달라고 소리치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형식적 방법론에 안주하지 않는 신선함과 깊이를 더하여 작품에 매진해 오고있다.